‘일제 부동산장부’ 청산… 3394필지 국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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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부동산장부’ 청산… 3394필지 국유화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08.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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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척신주식회사/사진=인터넷커뮤니티
동양척신주식회사/사진=인터넷커뮤니티

서울시에 남아 있는 일본인·일본기업 명의의 토지와 건축물이 3022건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조달청, 법원행정처 등 관련기관 부동산 정보 공유를 통해 확인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 명의의 토지 262건과 건물 2760건 등 총 3022건이 서울시에 남아 있다.

서울시는 광복 75주년을 맞아 중앙정부와 협력으로 추진하는 ‘부동산 공적장부에 존재하는 일제 흔적 지우기’ 사업 일환으로 일제 정리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대장상의 소유자가 귀속재산으로 의심되는 일본인·일본기업으로 기재된 것들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9월까지 전량 현장 확인 후 항공사진판독, 과세여부 등 면밀한 조사를 거쳐 실체가 없는 공적장부에 대해 전량 말소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건물이나 토지가 없는데 대장상에 존재하는 경우는 말소시킨다. 부동산 공적장부는 물론 대법원 등기소에 존재하는 등기부까지 정리한다. 또 대장상에는 존재하고 건물이나 토지도 실제 존재할 경우엔 국유화할 수 있도록 조달청으로 이관한다.

앞서 서울시는 2018년 서울시 중구가 전국 최초로 건축물대장과 등기부 상에 남아 있는 1056건의 일제 흔적을 말끔히 지운 바 있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금까지 우리 실생활에 존재하는 일제 강점 흔적을 찾아내 그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다”며 “일제 흔적을 지우고 시민 편익을 위한 행정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와 협력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일본인들은 1876년 개항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 토지를 약탈하며 토지 소유를 확대했다. 개항 직후 일본 상인들은 개항장 안의 일부 토지를 빌려 쓰는데 그쳤다. 하지만 활동 범위가 개항장 밖으로 확대되면서 곡물을 사들이기 위해 조선 농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농토를 대신 차압하기도 하고, 농토를 저당잡고 고리대금업을 하다가 그것을 빼앗기도 하며 점차 토지 소유를 학대해 나간 것이다.

청·일 전쟁(1894) 이후의 토지 약탈은 더욱 노골화됐다.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후 조선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자, 일본의 대자본가들이 대거 진출해 전주, 군산, 나주 일대에서 대규모의 곡창지대를 약탈한 것이다.

일본의 토지 약탈은 러·일 전쟁(1904)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철도 부지와 군용지의 확보를 구실로 토지 약탈을 자행하는가 하면 경의선과 경부선을 부설하면서 철도 부지 중 국유지를 약탈하기까지 했다. 군용지를 핑계로 주둔지 근처의 토지를 대량으로 빼앗기도 했다.

일본인의 토지 소유권을 공식화한 것은 을사늑약(1905) 이후다. 1906년 일본은 토지 가옥 증명 규칙을 제정해 일본인이 우리의 토지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며, 1907년에는 국유지·미개간지 이용법을 제정했고, 1908년에는 토지 수탈을 위해 동양척신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국권 피탈 무렵에 일본인이 조선에서 소유한 토지는 무려 1억5000만평에 이르렀다. 일본이 막대한 토지를 약탈한 것은 조선의 식민지화를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정부는 일본인 명의의 귀속·은닉 재산 환수에 본격 돌입하며 일제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조달청에 따르면 2019년 12월 현재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귀속재산으로 의심되는 일본인 명의 재산 약 1만4000 필지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1만4000여 필지 조사 결과 국유화할 토지는 총 3619필지로 집계됐다. 3619 필지 중 255 필지는 이미 국유화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3394 필지는 공고 절차를 거쳐 국유화한다. 이로써 국유화된 토지는 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 면적(2.9㎢)의 92%에 달하는 2.66㎢다. 액수로는 1079억원에 달한다.

귀속재산은 1945년 8월9일 당시 일본인 또는 일본 정부기관 명의로 돼있던 재산으로, 국가로 귀속돼야 하는 대상이나 현재까지 국유화 조치가 되지 않은 재산을 가리킨다. 은닉재산은 국유재산이나 등기부 또는 지적공부에 국가 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등록돼 있고 국가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재산을 말한다. 귀속재산처리법 등에 따라 광복 후 일본인 명의로 된 재산은 모두 국가에 귀속돼야 했다. 조달청은 2012년 6월부터 국가 귀속 관련 업무를 이관 받아 수행하고 있다.

한편 2009년 8월에는 한국인 명의로 은닉된 일본인 국유재산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로 조사 결과 처음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은닉국유재산은 20여 필지(3만48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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