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주인’을 전문위원님으로 모신 서울교통공사
상태바
‘빵집 주인’을 전문위원님으로 모신 서울교통공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11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철역 상가 입찰·관리하는 경력직에 ‘이상한 채용’… 직원 11%가 친인척, 감사 받기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직원 10명 중 1명 이상이 친인척 관계로 구성돼 채용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서울교통공사가 이번에 또 다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빵집 사장이 서울교통공사 간부로 채용된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5~8호선 운영사입니다.

채널A는 지난 10일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2015년 서울교통공사가 부장 직책의 전문위원을 외부 전문가들 중 공개 선발하는 과정에서 나홀로 채용된 A씨가 자격미달이라는 의혹이 나온 것입니다.

전문위원으로 선발된 A씨의 직무는 지하철 역사에 입점한 상가의 입찰 및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A씨의 이력이 해당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빵집 운영자였다는 주장을 담은 고소장이 지난달 경찰에 접수된 것입니다.

A씨는 4년 3개월간 공사 계약직 전문위원으로 근무한 뒤 올해부터 서울교통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요. 경찰이 채용비리 의혹 수사에 나선 지난주부터 역무원으로 발령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의 이 같은 채용에는 공사 고위간부 B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공사 측은 “A씨의 직무관련 경력을 인정해 채용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경찰 수사 결과를 본 뒤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채용관련 논란은 이 뿐이 아니죠. 직원의 11.2%가 친인척 관계인 특이한 인적구성으로 2018년 감사원 감사를 받은데 이어, 올해에는 코로나19 핑계로 사전 고지 없이 온라인 평가로 임용기준을 정해 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서울교통공사 자체 설문조사 결과 직원 1만7084명 중 11.2%에 해당하는 1912명이 서로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친인척 직원 1912명 중 108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2018년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108명 중 31명은 직원의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고, 22명은 형제·남매였습니다. 퇴직자 가족도 7명 있었습니다. 무기계약직은 공채 과정과 달리 필기시험과 인성검사를 받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인사처장의 부인이 2001년부터 교통공사 식당에 기간제 근로자로 일해 오다가 정규직이 됐는데, 조사과정에서 이름을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전해져 결국 직위 해제되기도 했습니다.

명단에는 전직 노조위원장 아들도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됐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나왔는데요. 사실상 고용세습인 셈이죠. 서울교통공사 인사규정 제16조는 ‘임직원의 가족·친척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우대채용은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4명이 추가돼 112명이 친인척으로 확인됐습니다.

정규직 전환 특혜를 위해 새로운 직종과 기준을 적용했다는 주장도 나왔죠. 당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새로운 채용기준과 직종을 적용하는 것을 특혜라고 한다”며 “수요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기 위해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업무직과 무관한 후생지원을 따로 만들었고, 기술직, 일반직, 특수직을 2개의 그룹으로 통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요. 감사 결과 192명이 불법으로 채용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들이 공사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감사원은 “업무처리가 부적정했다”며 채용과정이 불공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인척 추천으로 면접만 거쳐 채용되는 불공정 경로로 입사한 사실과 부적격자의 정규직 전환 등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며 “서울교통공사 채용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공정과 정의가 무참히 짓밟혔다”고 탄식했습니다. 전인화 의원(무소속)은 “2016년 구의역 사고 수습대책 중 위탁업체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철도장비 무면허자를 채용했다”며 “이는 면허를 소지한 일반 국민의 채용 기회를 없앤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반발했는데요. 감사원의 구색맞추기식 감사라는 것입니다. 또 업무가 힘들어 기피하는 직종이었다는 이상한 논리도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가 어렵든 쉽든 그런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경비나 청소 업무일지언정 교통공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을 것 같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공사 정규직이 된 이상 업무가 어렵고 위험하다든지 하는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얼마나 많은 대학생이 그런 자리를 원하는지 알지 않나. 하다못해 가장 힘든 직군이라도 공정성과 투명성은 필요하다”고 질타했습니다.

올해에도 서울교통공사 채용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여파로 5월 합격자 가운데 70%만 임용하고 나머지는 임용을 연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 측이 사전고지 없이 온라인 교육 평가로 우선 임용기준을 정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 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부정행위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내부규정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교통고사의 온라인 평가로 임용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지난 5월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