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나니 “짐 싸라”… 날개 잃은 항공사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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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끝나니 “짐 싸라”… 날개 잃은 항공사 ‘비정규직’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10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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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제외, 정규직 늘고 비정규직 줄고… 진에어는 비정규직 퇴사율 최고
“해고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인턴 등 ‘기간제 근로자’ 중심 직원 수 감소 사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명분으로 마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급여와 직원 수마저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섰지만 임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직원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듯한 모양새인 것입니다. 특히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지가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임원들의 급여가 감소됐다고는 하나 직원들의 급여에 비해서는 여전히 월등히 많을 뿐 아니라, 정규직을 늘리는 대신 비정규직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원 비교 대상은 항공운송으로 제한했습니다. 항공운송업 분야 국내 6개 항공사의 전체 직원은 2019년 1분기 3만2872명에서 2020년 1분기에는 3만2888명으로 소폭 늘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지난해(2만8873명)보다 2.6% 늘어난 2만9626명이 근무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3259명이 근무하면서 지난해(3997명)보다 무려 18.5%나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대한항공을 제외한 5개 항공사가 정규직을 늘리고 비정규직은 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1분기에 적자전환한 대한항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각각 4, 1.5% 줄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직원 수도 3.8% 감소했습니다.

전체 항공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208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보다 직원이 0.9%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정규직은 늘었지만 비정규직은 줄었다는 것인데요. 정규직은 2%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24% 감소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정규직은 171명 늘었고, 비정규직은 91명 줄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계약직의 퇴사는 18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수치입니다. 정규직 채용이 수시로 일어난 것이 정규직이 늘어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입니다. 전체직원 수도 9039명에서 911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제주항공 또한 정규직은 늘리고 비정규직은 줄였지만 전체 직원 수는 증가했는데요. 정규직은 21.7% 늘어 업계 최고를 기록했으며, 비정규직은 23.3%나 줄였습니다. 제주항공 또한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해지보다는 정규직 전환이 많았다고 설명합니다.

제주항공 측은 “1분기 기간직은 총 118명 감소했고, 이 중 정규직 전환이 98명, 퇴직이 20명”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4분기 기준입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기간제 근로자의 퇴직자는 무려 192명입니다. 전체직원 수는 9.4% 늘어난 3285명입니다.

업계의 해명을 종합하면 결과적으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비정규직의 경우 계약이 만료되면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진에어의 경우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퇴직이 6개 항공사 중 가장 많습니다. 정규직은 15.8%(211명) 늘었지만 비정규직은 무려 38.7%(236명)나 뚝 떨어진 것입니다. 전체직원 수도 전년대비 24명(1.2%) 줄어든 1923명이 근무 중입니다.

에어부산 역시 정규직은 늘리고 비정규직은 대폭 축소했습니다. 정규직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3.4% 늘린 반면 비정규직은 32.2%나 줄였습니다. 비정규직 3명 중 1명은 계약해지가 된 셈입니다. 전제직원 수는 5.4% 늘어난 1439명입니다.

티웨이항공도 정규직은 늘리고 비정규직은 줄였습니다. 정규직은 24% 늘린 것에 비해 비정규직은 26.7% 줄어든 것인데요. 전체직원 수는 11.3% 증가한 1975명입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경우 1분기가 지난 4월 22일에 전년 4월 22일 입사한 인턴승무원 25명에 이어 5월 19일에도 지난해 6월 4일 입사한 인턴승무원 26명 등 총 51명을 정규직 승무원으로 전환시킨 내용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고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인턴, 계약직 직원 등 기간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직원 수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 여객 수요 감소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도 안전하지 않다”며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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