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하면 나라경제 타격? ‘수치’로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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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하면 나라경제 타격? ‘수치’로 봤더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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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구속 이후 사상최대 실적… 주가도 2배 ‘껑충’
“전문경영인 체제, 실적·주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여부를 앞두고 ‘재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 공백이 생겨 삼성에 위기가 온다’라는 ‘언론 호소전’의 재탕인 것인데요. 과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에 그리고 우리 경제에 위기가 올까요.

이재용 부회장은 2년 전에도 1년간 구속된 이력이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살펴봤습니다. 삼성전자의 주장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실적이 아주 좋았던 것이죠.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까지 내는 성과를 거둘 정도였습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17일부터 2018년 2월 5일까지 1년간 구속이 됐었습니다.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죠. 혐의는 ‘뇌물공여’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최순실) 일가에 수백억원대의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인데요. 삼성그룹 역사상 총수가 구속된 것은 79년 만에 초유의 사건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배경에는 ‘경영권 승계’가 맞물렸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당시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총수 부재 시의 경영 차질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제계에서도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 부회장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일부 언론도 삼성전자가 당장 망할 것 같은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면서 가세했었죠.

하지만 삼성 측과 경제계 그리고 보수언론에서 제기했던 삼성의 위기상황은 전혀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6년 연결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9조2000억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부회장이 구속 중이던 2017년에는 52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삼성전자의 신용등급(AA-·안정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풀려난 2018년도 영업이익이 58조8000억원을 올리면서 더 나아졌지만 지난해에는 27조7000억원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존재 여부와 삼성전자의 실적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실적입니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삼성전자의 실적은 이 부회장 구속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시황에 좌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은 지난해 8월 “이재용과 삼성의 실적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이재용이 구속돼 있던 시절 삼성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으며, 이재용이 석방된 지금 삼성의 실적은 곤두박질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김우찬(고려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이 부회장이 구속돼 삼성이 흔들리고,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면, 재벌과 한국경제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총수 한명에 좌지우지되는 큰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8월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정점에 이른 시기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일본 수출규제에 큰 구멍이 날 것이란 지적도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일본 수출규제 대처는 전문경영인들이 하면 된다. 이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했지만 실제 한 것은 없지 않으냐”면서 “총수가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은 1년에 두세번에 불과하다. 총수가 감옥에 들어가면 변호사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데, 감옥에 있어도 그 정도는 못할 것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8일 또 다시 구속 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정에 섭니다. 핵심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린 불균형 합병 및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등을 통한 경영권 승계작업과의 연관성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서기 하루 전인 7일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내면서 또 다시 언론 호소전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입장문은 ‘삼성이 위기입니다’라고 시작합니다. 이어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면서 이례적인 표현까지 씁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최대의 광고주로서 언론을 길들이기까지 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전의 삼성과는 전혀 딴판인 표현입니다.

입장문은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삼성의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마칩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여기에 동조하면서 이재용 구하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제목들이 ‘총수공백 내몰린 삼성’, ‘온라인 "불구속 재판 기회주자" 여론 우세’, ‘국민 60% 선처 의견’,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법적 근거 없어’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재벌 총수의 구속과 경영공백은 무관하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과거에도 삼성을 비롯한 다른 총수들이 감옥에 다녀왔지만 그룹의 위기가 없었다. 임원과 전문경영인이 있어 경영적 공백은 없다. 이재용이 감옥에 있을 때도 삼성은 아무 문제 없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연결해 경제범죄 형량을 깎아주려는 발상이다. 이재용이 없어서 경영 공백이 생길 회사라면 망하는 게 맞다. 그 정도로 망할 만큼 삼성은 허술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적과 주가가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실적은 앞서 살펴봤 듯이 이 부회장이 구속된 그해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배 가까운 성적을 거두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주가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 17일 118만5000원에서 구속 직후인 2월 18일 118만7000원으로 소폭 오르다가 2월 26일 117만2000원을 기록하면서 구속기간 중 최저점을 찍었지만 큰 변동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회복돼 그해 12월 28일 종가 254만8000원으로 장을 마칩니다. 무려 2배 이상 뛴 것입니다.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다 이 부회장이 풀려난 다음날인 2018년 2월 6일 197만8000원을 기록합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삼성전자의 경영에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 중심으로 실적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듯하다”고 내다봤고,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가가 모든 걸 다 반영하긴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 내린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8일 1.62% 오른 채 출발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전거래일보다 600원 떨어진 5만49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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