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수익 석달새 다 까먹은’ 정유 빅4, 주가 충격파
상태바
‘1년 수익 석달새 다 까먹은’ 정유 빅4, 주가 충격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5.07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이노·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4조원대 손실… 직전 1년간 영업익 넘어서
주가마저 ‘바닥’… SK이노 1분기 시작가 대비 40.6% 하락, 에쓰오일도 37.9% 떨어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제유가 하락과 코로나19라는 겹악재에 시달린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상 최악의 1분기 성적표를 기록한 정유업계는 어닝쇼크에 이어 주가마저 추락, ‘그로기(Groggy)’ 직전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어 앞으로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도 보이지만 2분기에도 적자행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국내 정유업계의 올해 1분기 주가 현황과 2분기 전망에 대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출범한 이후 최악의 영업손실입니다. S-OIL(에쓰오일)도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에 달하는데요.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입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56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GS칼텍스 또한 6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같이 정유 4사의 올해 영업손실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이는 지난해 정유 4사가 거둔 연간 영업이익 3조119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올해 들어 단 3개월 만에 지난해 1년간의 수익을 모두 날린 셈입니다.

정유업계 적자의 직접적인 주요 원인으로 국제유가 급락과 코로나19가 꼽히고 있는데요.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리 구입해 둔 원유의 대규모 재고가 발생한 데다 원유로 만든 석유제품까지 재고가 쌓이면서 가치 하락으로 인한 실적부진에 시달린 것인데요. 여기서 헤어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강타한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 경기가 악화하면서 석유제품이 남아도는 현상에 항공유와 휘발유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아지는 역마진 현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오는 6월 이후에야 석유제품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 측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실행되고 유가상승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2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는데요. 하지만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 가서나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정유사들의 주가는 바닥을 지나며 스멀스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 전인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상황을 비교해 보면 반토막 상태입니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주가 추이.
SK이노베이션 1분기 주가 추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월 2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33% 하락한 14만6500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음날엔 전일대비 2.05% 오른 14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는데요. 이는 올해 1분기 최고가 기록으로 남는 수치입니다.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기야 1월 28일에는 3.85% 떨어진 12만5000원으로, 올해 첫 13만원대가 무너졌습니다. 이후 13만원대를 오르락 내리락하더니 2월 11일에는 14만500원으로 14만원대를 회복합니다. 하지만 그때뿐 또 다시 하락세가 이어져 3월 9일(9만9100원)에는 결국 10만원대가 무너지더니 3월 19일에는 5만7300원까지 급락하면서 올해 최저가를 기록합니다. 조금씩 회복되기는 했으나 3월 31일 8만7000원으로 1분기 장을 마칩니다.

이는 전년 1분기 종가(3월29일) 17만9500원에 비해 51.5% 폭락한 수치이며, 올해 시작가 대비로도 40.6%나 하락한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올해 2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1조8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은 컨센서스(전망치) 대비 큰 폭으로 하회한 것”이라며 “유가급락 및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감소로 정제마진 악화, 그로 인한 대규모 재고관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업적자 기록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SK이노베이션이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윤재성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적자는 석유·화학 사업 부진이 주된 원인”이라며 “2분기에도 석유 사업 부진과 재고 관련 손실로 2분기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에쓰오일 1분기 주가 추이.
에쓰오일 1분기 주가 추이.

에쓰오일도 주가가 비틀거렸습니다.

에쓰오일의 올해 1월 2일 종가는 전 거래일 기준 3.57% 하락한 9만1900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힘을 쓰지 못했는데요. 1월 8일 8만8100원으로 9만원대가 무너지더니 1월 28일(7만6400원)에는 8만원대, 2월 27일(6만8800원)에 7만원대, 3월 9일(5만8000원) 6만원대, 3월 19일(4만9900원) 급기야 5만원대까지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3월 23일에는 4만8500으로 올해 1분기 최저가를 기록합니다.

1분기 마지막 날인 3월 31일에 5만71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는 전년 1분기 마지막 거래일인 3월 29일(8만9600원) 대비 36.5% 하락한 수치이며, 올 초 시작가 보다는 37.9% 떨어진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의 2분기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2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라면서 “재고평가손실이 추가로 반영될 것인데다 일부 플랜트 정기보수로 물량 감소도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영업실적은 -238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유가가 4월 추가 급락하면서 5~6월 급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한 2분기에도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정유업계가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 수요 위축도 최악의 국면을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반기에는 석유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효과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정유업계는 상반기 저유가와 석유 수요 급감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업황과 유가가 모두 바닥을 본 만큼 석유 수급 개선과 코로나19 진정에 따라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