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 주자니 차남이… SPC 허영인의 ‘승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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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에 주자니 차남이… SPC 허영인의 ‘승계 딜레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09 14: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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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장남 허진수에게 SPC삼립 지분 절반 넘겨… 2대주주 올리며 승계 주목
차남 허희수는 대마 사건으로 경영 배제됐으나 최근 그룹 회의 참석하며 ‘복귀설’
허진수, 지난해 첫 해외합작 성과 vs 허희수, ‘쉘이크쉑’ 대박으로 경영능력 임팩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그룹의 유일무이한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을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증여하면서 SPC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수면으로 본격 떠오르고 있습니다.

허영인 회장은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SPC삼립의 지분 절반인 40만주를 허진수 부사장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한 것인데요.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날 종가 기준 265억원 규모입니다.

이로써 허 회장의 SPC삼립 지분율은 기존 9.27%에서 4.6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허진수 부사장의 지분율은 11.68%에서 16.31%로 뛰어 올랐습니다. 이번 증여로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40.66%)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서며 동생인 허희수 전 부사장(11.94%)을 앞서게 됐습니다.

SPC삼립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그룹의 유일한 계열사로, 이번 지분율 변화로 경영권 승계구도가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허영인 회장, 허진수 부사장, 허희수 전 부사장.
사진 왼쪽부터 허영인 회장, 허진수 부사장, 허희수 전 부사장.

이전까지는 쉐이크쉑(일명 쉑쉑버거)을 론칭(2016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허 회장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이 유력주자로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허희수 전 부사장은 2018년 해외에서 대마를 몰래 들여와 흡연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승계에 먹구름이 깔리는 악재를 맞습니다.

허 전 부사장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자 SPC그룹도 당시 입장문을 내고 “허희수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앞으로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승계에서 멀어지는 듯했죠.

그렇지만 지난 3월 허희수 전 부사장이 서울 한남동 소재 SPC 본사에 나타나 매주 2번 그룹 회의에 참석하는 등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KBS를 통해 제기되면서 경영참여 영구배제 약속에 대한 논란이 됐지만, 경영권 복귀 가능성도 주목받았습니다.

허 전 부사장은 실제로 회의를 진행하고 매출현황, 신사업 진행 사항 등 내용을 수시로 보고 받고 프로젝트 등을 지휘해 왔다는 것이 내부직원의 폭로였습니다. 이에 따라 허희수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죠.

이번 허진수 부사장의 SPC삼립 지분이 증가되면서 경영권 승계에 한 발짝 다가가긴 했지만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 지분을 허영인 회장이 여전히 60% 이상(63.5%) 소유하고 있고, 허진수(20.2%)와 허희수(12.7%) 형제간 지분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허희수 전 부사장의 승계 문제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SPC그룹은 재벌가에서 흔한 ‘장자승계 원칙’이 깨진 기업이라는 것도 승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허영인 회장은 창업주인 故 허창성 회장의 둘째아들로서 경영권을 물려받지 못했지만 현재 SPC그룹을 이끌고 있는 것인데요.

고 허창성 회장은 1945년 제과점 상미당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삼립식품(현 SPC삼립)을 세우고 1977년 이를 장남인 허영선에게 물려줍니다. 차남 허영인에게는 삼립식품의 10분의 1 규모의 샤니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납니다.

하지만 허영선은 리조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삼립식품을 부도로 내몰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습니다.

반면 허영인은 식품분야에 올인하면서 파리크라상과 배스킨라빈스31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등을 설립하면서 고급식품시장에 손을 대고 1990년대 중반에는 파리바게뜨의 큰 성공으로 이어져 양산빵 업계 1위에 올라서는 등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다가 2002년도에 아버지가 설립하고 형이 운영해 온 삼립식품을 역으로 인수하고 2004년 1월 1일 현재의 SPC그룹을 출범시키면서 국내 최고의 제빵업체로서 위치를 확고히 합니다.

이렇듯 허영인 회장은 승계가 아닌 자신의 경영능력으로 SPC그룹을 일군 것입니다. 이런 이력을 가진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경영능력이겠죠.

SPC그룹 CI
SPC그룹 CI

장남 허진수는 2015년 말, 차남 허희수는 2016년 말 각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승계 본격화를 알렸습니다. 두 형제 모두 그룹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나 허진수 부사장은 베이커리사업과 해외진출 등에서, 허희수 부사장은 외식사업과 마케팅 그리고 신사업 등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허진수 부사장은 지난해 9월 캄보디아 기업 HSC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면서 SPC그룹 첫 해외 합작법인 성과를 내고 본격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입사 14년 만에 첫 공식무대이기도 하죠.

반면 허희수는 2016년 미국 뉴욕의 유명 버거인 쉐이크쉑 매장을 국내에 유치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경영능력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이에 따라 승계에 선점을 잡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대마 사건으로 인해 경영 영구배제라는 초강수와 맞닥뜨리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룹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영복귀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허영인 회장이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지분을 증여한 것도 허희수 전 부사장의 이같은 행보에 따른 경영복귀설을 잠재우려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입니다.

허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 無리스크냐 아니면 경영능력이냐를 두고 고민에 빠진 듯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장남 허진수 부사장이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황제병역 논란이 그것인데요. 2004~2006년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당시 초기엔 집(서울 용산)에서 가까운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복무하다 집에서 먼 성남시에 위치한 SPC그룹 외주업체인 새암소호프트로 복무지를 옮긴 사실이 알려져 병역특례 논란이 인 것인데요. 차남 허희수도 역시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의 외주업체인 진코퍼레이션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것이 밝혀지면서 둘 다 병역특례 논란이 일었습니다.

허영인 회장은 1949년생으로 올해 71세이고, 허진수는 44세(1977년생), 허희수는 43세(1978년생)입니다. 3세 경영권 승계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확실한 임팩트(쉐이크쉑)냐 무난한 경영스타일이냐를 두고 허영인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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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수 2020-04-11 17:53:39
나름 정확한 근거에 의한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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