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경자년, 중소기업의 ‘암중모색(暗中摸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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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경자년, 중소기업의 ‘암중모색(暗中摸索)’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2.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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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경기도 시흥 소재 한 기업체에서 코로나19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경기도 시흥 소재 한 기업체에서 코로나19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당나라 측천무후가 호령하던 시절, 허경종이란 학자가 있었는데요. 학문보다는 건망증으로 세간에 더 알려졌습니다. 방금 만난 사람조차 금세 잊을 정도였으니까요. 하루는 친구가 이러한 ‘잘 잊음’을 비꼬자 허경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처럼 이름이 없는 사람이야 기억하기 어렵지만 만약 하유심사(何劉沈謝 : 하손·유효작·심약·사조 등 문단의 대가들)와 같은 사람이라면 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더라도(암중모색·暗中摸索) 확실히 알 수 있다네.”

‘암중모색(暗中摸索)’

어림짐작으로 사물을 알아내려 함을 이르는 네 글자를 중소기업 경영인들이 새해 경자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했습니다. 또 올해 경영환경을 표현한 성어로는 ‘각고면려(刻苦勉勵·고생을 무릅쓰고 부단히 노력함)’를 꼽았습니다.

어제(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전국 295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조사’를 발표했는데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해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가 전년 대비 1.9p 하락한 81.3으로, 지난 2014년 조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경영목표.(단위 %) /자료=중소기업중앙회
2020년 경영목표.(단위 %) /자료=중소기업중앙회
2020년 경영애로 요인.(단위 %, 복수응답) /자료=중소기업중앙회
2020년 경영애로 요인.(단위 %, 복수응답)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들이 꼽은 내년 최대 경영애로는 ‘내수부진(74.1%)’이었습니다. 이어 ▲인건비 상승(53.3%) ▲업체 간 과당경쟁(48%) ▲근로시간 단축(23.9%)이 뒤따랐습니다. 새해 국내 경제 전망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36%를 차지했습니다.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낙관론은 6.3%에 불과했습니다.

중소기업계는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봤지만, 올해와 새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에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암중모색’과 ‘각고면려’에는 모두 어려움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며 기회를 모색한다는 뜻이 담겼다”라며 “불확실성이 크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한다는 의지표명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자년 새해에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암중모색을 빨리 끝내고 ‘승승장구(乘勝長驅·싸움에서 이긴 기세를 타고 계속 적을 몰아침)’할 날을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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