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워크숍 가라”는 한글과컴퓨터, 어느 나라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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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크숍 가라”는 한글과컴퓨터, 어느 나라 회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9.12.1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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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창 경제전쟁 중인 지금 “회장 왈, 일본으로 워크숍 가라”
정부와 공공기관 의무사용에 매년 수천만원씩 ‘국민혈세’ 지원
“한컴 일본자금 들어간 일본기업” “불매가 답”… 누리꾼들 분노
아래아한글2018 버전, 21세기 ‘매판자본’·‘매국기업’ 논란도

“이 시국에 회장님이 일본으로 워크숍을 가라고 했답니다. 일본에 가기 싫습니다.”

한글과컴퓨터 계열사인 한컴MDS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A씨가 인터넷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일본으로 워크샵 가는 회사’라는 글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논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정부의 지원 혜택 받는 회사가 일본과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전 국민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 때에 하필 일본에 가서 돈을 써야 하냐’는 것인데요.

◆ 한컴 일본 워크샵 논란… 누리꾼 '부글부글'

A씨는 “이 시국에 일본으로 워크샵을 가라고 한 회장은 다름 아닌 한글과컴퓨터 회장”이라며 회사명과 그 대상자까지 밝히면서 “나름 애사심이 있어서 회사명을 공개할까 말까 고민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라도 일본에 가기 싫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아시다시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의도적으로 ‘써주는’ 소프트웨어인 한글 개발사이고, 저는 그 계열사인 한컴MDS 소속이다”라면서 “총 3개의 사업부문이 있는데, 회장님의 언질에 따라 모두 일본으로 일정잡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의 밀어주기(?) 혜택을 받는 회사에서 이런 시국에 일본 워크샵이라니. 그리고 직원들 애도 낳고 해야 하는데, 후쿠시마 농산물 주워 먹으라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면서 이 글이든 뭐든 널리 퍼뜨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 측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글쓴이는 “회장의 언질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네요.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근데 한글회사가 일본은 왜 가죠?” “선택의 자유는 공감하지만 국가공인 강제선택으로? 혜택과 이익을 얻어온 기업이..쯔쯔” “앞뒤상황을 알아야겠지만...일본가는게 좋아보이진 않네요” “직원들 다 죽일라고 작정했냐. 회장이나 후쿠시마 댕겨오길" "한글과 컴퓨터도 일본자금 들어간 일본기업이네요"

일부 누리꾼은 “왜 이 시국에 가는지 혹시 (일본제품 불매) 시위하러 가냐고 물어봤어요”라며 비아냥 대고 있기도 하네요.

심지어는 불매우동 목소리도 나옵니다. “회장이란 사람 참 한심하네요. 저 회사도 불매가 답이다” “한컴 불매 가즈아”.

아래아한글2018’, 한자변환 안중근은 안 되고 이등박문은 되고

한편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아래아한글2018 버전에 안중근과 고려 등 우리나라 고유명사와 인명이 한자로 변화되지 않는 반면 을사오적 등 매국노와 일본 침략자 등은 바로 변환이 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는데요.

이같은 사실은 지난 2018년 1월 강백호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한 신문에 칼럼을 올리면서 알려졌죠.

실제로 당시 한국일본을 한자변환하면 韓國은 5개중 맨 말석에 나오지만, ‘日本은 단독으로 떴었죠. ‘이순신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을 한자변환하면 李舜臣은 말석에 내쳐져 있는 반면, ‘豊臣秀吉은 단독으로 뜨고, ‘윤봉길’(尹奉吉)은 없는데 시라가와’(白川)는 있었습니다. 안중근(安重根)은 아예 단어로 인식되지도 않아 安中으로 쪼개져 변환되는 반면, 이등박문(伊藤博文·이토히로부미)은 너무나 정확하게 변환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봉준·김좌진·신채호·이봉창 등 대다수 애국지사는 한자변환이 안되는데 을사오적인 이완용(李完用권중현(權重顯박제순(朴齊純) 등 친일매국노는 한자 변환이 됐습니다.

심지어 일본시대 연호인 강호(江戶), 명치(明治), 대정(大政), 소화(韶和), 평성(平成)도 빠짐없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번인 2010년 버전에서 변환이 됐었는데, 그 후인 2018년에 변환이 안됐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강백호 교수는 21세기 매판자본’, ‘매국기업논란이 일기에 충분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데요.

한컴 측은 한자 데이터를 추가 및 통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유실됐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놨었죠.

논란이 일자 한컴 측은 이후 6개월 만인 그해 7월 31일 한자변환 기능 업데이트를 단행했습니다.

또 당시 네이버 지식백과 한글과컴퓨터 소개란에는 기업유형란에 외국인투자기업(일본)’이라고 표기됐었습니다. 한구과컴퓨터가 일본이 투자한 기업이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웠습니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 한글과컴퓨터는 어떻게 김상철 회장에게 넘어갔나?

사진=김상철 한컴 회장
사진=김상철 한컴 회장

한글과컴퓨터와 현재 감상철 회장에 대해 잠깐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한글과컴퓨터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기업입니다. 1990년 이찬진씨가 설립해 1996년 코스닥에 상장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데, 1999년부터는 1~2년에 주인이 바뀔 정도로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메디슨, 웨스트에비뉴, 티티엠, 넥스젠캐피탈, 서울시스템, 프라임그룹, 셀런에이치 등을 거쳐 2010년 김상철 회장이 인수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을 잇따라 인수·합병(M&A) 해 키우면서 IT기업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죠.

그의 명성에 걸맞게 온갖 감투도 썼는데요. 1953년생인 김 회장은 △1978년 금호전기 영업사원 △1981년 단국대 행정학과 졸업 △2005년 소프트포럼 대표 △2008년 다윈텍 대표 △2011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회장에 이르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IT기업에 종사하면서 사회공헌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우리문화지킴이 명예회장, 국제로타리3640지구 총재, 정동극장 이사장,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서울청소년문화발전위원회 회장 등도 임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타이틀은 우리문화지킴이 명예회장인데요. 김 회장이 전통문화 재해석을 통해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한 결과물입니다.

그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 통일신라 후기 승려 도선대사가 지은 일종의 풍수지리서인 ‘도선비기’(道詵秘記)와 같은 한국 전통사상의 보존과 활성화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IT전문가로서는 의외지만요.

김 회장은 한글과컴퓨터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일부를 출연해 2013년 10월 설립한 것이 바로 (사)우리문화지킴이(우문지)입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스님과 함께 우문지의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우리문화 지키기에 헌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문지의 첫번째 사업인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만들자’ 운동도 한국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재정립하자는 김 회장의 의지였다고 하는데요. 현재 국보 1호인 숭례문(남대문)은 한국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일제강점기 때인 1934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지정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역사와 한국문화에 큰 뜻(?)을 품고 있던 그가 뜬금없이 제2의 일제 침략, 일제의 경제침략으로까지 불리며 전 국민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고 있는 하필 이때에 워크숍을 일본으로 가라고 했다니…. 도통 이해가 되질 않네요.

한글과컴퓨터는 매년 수천만원씩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한글 활성화에 더욱 앞장서 달라는 의미도 있는 국민의 혈세입니다. 한글과컴퓨터그룹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 몇 천억원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돈일지 모르지만 세계문화로까지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글, 한글을 위해 사용된다는 그 의미는 숫자로 표현이 불가능하겠죠.

◆ 앞에선 ‘윤리’ 뒤에선 ‘불법’… 논란의 중심 김상철 회장

한편으로 김상철 회장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한데요.

2014년 7월에 불법 용도변경을 통해 자신의 일가가 소유한 박물관 건물을 무허가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죠. 앞에선 경영윤리, 뒤에선 불법행위로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며 따가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해당 박물관 부지는 김상철 회장 소유, 관장은 부인인 김정실씨로 돼 있었습니다.

한 달 후엔 18억원 배임혐의로 기소까지 됐습니다. 앞서 2008년 10월 김 회장 자신이 운영하던 보안소프트웨어 업체 ‘소프트포럼’의 자금담당 직원에게 회삿돈 18억여원으로 자신과 부인이 보유하고 있던 한 투자회사의 지분 1만7500주를 사들이게 한 혐의인데요. 실질 교환가치 ‘0원’이었던 주식으로, 김 회장 측은 해당 주식 매매로 18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죠. 이로 인해 그 손해는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죠.

올해 3월에는 김상철 회장 부부와 자녀 등 오너 일가 3명이 계열사 거대 등기임원 겸직으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오너 일가가 다수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죠.

현재 한글과컴퓨터그룹은 김상철 회장이 지주사 한컴시큐어를 통해 한글과컴퓨터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김상철·김정실 부부와 장남 김연수 등 일가가 막대한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한글과컴퓨터는 김 회장의 장남 김연수 상무로 2세 승계를 진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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