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비웃는 경동나비엔의 "그런 법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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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비웃는 경동나비엔의 "그런 법 있거든?"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9.12.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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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경동원, 경동나비엔과 매출액 68% 내부거래
손연호 회장 일가, 경동원 지분 93.72%로 10개 계열사 지배
순익 감소에도 배당은 되레 늘려…정부, 중견기업 조준 예고
경동나비엔 TV 광고/사진=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 TV 광고/사진=경동나비엔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보일러업계 1위 경동나비엔이 오너 일가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또한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오너 일가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사익편취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집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에 더욱 심해진 것으로 밝혀져 정부의 경고에 콧방귀 뀌는 듯한 뉘앙스마저 주고 있습니다.

경동나비엔은 손연호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경동원을 통해 10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손연호→경동원→경동나비엔→경동에버런·경동티에스·경동도시가스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연호 회장과 친족 및 특수관계법인이 지주사격인 경동원의 지분을 93.72% 소유하고 있습니다.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은 지분 50.51%를 가지고 있고, 경동나비엔은 경동에버런(93.18%), 경동티에스(45%), 경동도시가스(1.72%) 그리고 5개의 해외법인 지분 100%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경동원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경동나비엔과의 거래로 약 5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내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경동나비엔그룹 지배구조/사진=전자공시시스템
경동나비엔그룹 지배구조/사진=전자공시시스템

그럼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강력한 경고를 내보내기 직전인 2016년과 그 이후인 2017년부터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강력 드라이브를 내기 시작한 2017년부터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경동원이 2016년 경동나비엔과 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462억원입니다. 이는 경동원 매출액 2160원의 무려 68%에 이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엔 1688억원, 2018년엔 1814억원으로 더욱 늘어납니다. 같은기간 경동원의 매출액은 각각 2611억원, 265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경동나비엔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 비율이 무려 65%, 68%나 됩니다.

만약 경동원이 자산규모 5조원이상 대기업집단일 경우 이같은 내부거래는 당장 규제대상이겠죠. 하지만 다행히도(?)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잣대다보니 경동원이 별 부담없이(?) 내부거래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경동 오너家는 이런 거래를 통해 자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배당 또한 두둑이 챙기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고 있는 것인데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4년간 경동원이 배당한 금액은 각각 7억1400만원, 7억1600만원, 7억1600만원, 7억1600만원 등 총 28억6200만원입니다.

문제는 당기 순이익이 줄어도 배당은 더 늘린다는 것입니다. 2016년의 경우 2015년보다 당기순이익이 약 11% 줄어들었는데, 소폭이나마 배당은 늘었습니다. 2018년은 더욱 심각합니다. 당기순이익이 2017년 154억원에서 2018년 75억원으로 반토막 났으나 배당금은 7억1600만원으로 같습니다.

물론 순익에 따른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는 배당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지만…지분 구조상 오너 일가에 배당금을 몰빵해 주는 모양새로, 오너 일가에 배당금마저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죠.

경동원 지분의 거의 100%에 가까운 93.72%가 바로 오너 일가 소유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셈이죠.

여기에 계열사인 경동나비엔과 경동에버런, 경동티엔에스, 경동도시가스 등의 배당금까지 더하면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오너 일가가 챙기고 있는 셈이죠.

경동나비엔이 정부의 정책에 마치 비웃는 듯한 이같은 행위에는 정부의 미비한 제도 탓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취임한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경고도 했었지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허언에 불과한 꼴이 됐죠.

이는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는데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올해 중점 추진 사업으로 꼽은 중견기업의 불공정 행위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하기 까지 했죠.

이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중견기업의 사건은 대기업에 비해 거래의 부당성 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특정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행위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공정사회, 기대해도 될까요?

한편 그룹의 지주사격인 경동원과 주력계열사인 경동나비엔에 손연호 회장의 자녀들이 전면에 포진하면서 3세 승계 수순을 밟는 거 아닌가 하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과 배당으로 배불린 자금이 승계용으로 들어갈까요?

손연호 회장의 장녀인 손유진 부장이 경동원 이사회에 합류한데 이어 아들인 손흥락 이사가 경동원에서 경동나비엔으로 이사회로 이동한 것이죠.

손연호 회장은 1951년생으로 올해 69세입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손연호 회장의 건강에 이상 없고 사업 전반을 살피고 있는 등 아직 승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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