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순매출이 무려 3833억달러(약 483조원)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놀랄 노자 주식 ‘일곱 가지’(magnificent 7) 가운데 시가총액(3조4500억달러)이 가장 많은 기업이 ‘애플’이다. 세계시장에서 돈 버는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애플이 한국에선 ‘조장출식’(蚤腸出食), 벼룩 간을 내먹는 짓을 하는 것으로 최근 국회가 확인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활동 중인 국내 앱 개발사에 앱 마켓 수수료를 거두어 수입으로 챙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앱스토어 결제금액 기준 11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수취했다. 앱스토어 계약 약관상 앱 마켓 수수료율은 앱 개발자 수입의 30%이다. 세법에 따라 국내에서 물품이나 용역을 공급받는 자는 공급 금액에 10%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서 결제하고, 선납한 부가가치세는 공급업자가 보관 후 추후 절차에 따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즉 부가가치세는 공급업자의 수입이 아닌데, 애플은 이 부가세를 포함한 최종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앱 마켓 수수료를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앱 개발자는 부가세에 앱 마켓 수수료율을 곱한 부분만큼 애플에 이익을 수탈당하고 만다. 세계적인 부자 기업이 중소기업 또는 영세업자가 대부분인 국내 앱 개발자의 코 묻은 돈을 거부할 수 없는 플랫폼 독점력을 이용해 갈취한 것이다. 박충권 의원은 이 수탈 금액을 약 35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애플은 이 같은 부당 갈취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되자 수수료율을 자진 시정했지만, 이미 수탈한 수수료는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EU(유럽연합)는 강력한 독점규제를 통해 애플에 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결제수수료율을 한국보다 13%포인트 낮은 17%까지 내렸다. 애플은 한국 IT 관련 행정당국을 완전 ‘바보’(卒)로 보는 것임이 틀림없다.